[데스크 진단] 더현대 광주, 상인 ‘생존권’ 뒤에 숨은 140만 시민 ‘소비권’

2026년 1월, 옛 전방·일신방직 부지에서 ‘더현대 광주’의 터파기 공사가 한창입니다. 광주 시민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복합쇼핑몰 유치가 현실화된 순간입니다. 그러나 현장의 기계 소음만큼이나 지역 사회의 파열음도 여전합니다. 인근 상권과 원도심 상인들은 “생존권 위협”을 외치며 연일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들의 불안은 실존하며, 거대 자본의 진입 앞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행정과 기업은 상생을 위한 현실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논의 구조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주체가 소외되어 있습니다. 바로 140만 광주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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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시민은 ‘쇼핑 난민’이 아니다
냉정하게 묻고 싶습니다. 왜 광주 시민들은 주말이면 대전 신세계로, 서울 더현대로 원정 쇼핑을 떠나야 합니까? 왜 광주에만 코스트코가 없고, 이케아가 없고, 스타필드가 없어야 합니까?
그동안 광주는 ‘소상공인 보호’라는 명분 아래 수많은 대형 유통 시설의 진입을 막거나 지연시켜 왔습니다. 그 결과는 참담합니다.
- 시민들이 누려야 할 ‘소비할 권리’ 박탈
- 문화적 혜택 소외로 인한 ‘도시 정체’
- “광주는 노잼 도시”라며 떠나는 ‘청년 유출’
광주시는 소상공인의 광주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더 나은 삶의 질을 원하는 140만 시민의 광주시이기도 합니다. 특정 직능 단체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다수의 시민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언제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140만 광주 시민이 오랫동안 갈망해온 ‘문화와 소비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충장로의 위기, 과연 ‘더현대’ 때문인가?
현재 가장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원도심(충장로·금남로) 상권의 주장도 냉철하게 뜯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충장로의 쇠락을 온전히 더현대라는 외부 충격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요? 비즈니스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충장로 상권이 호남 최고의 번화가로 군림하던 시절을 기억해 보십시오. 당시 충장로의 임대료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높은 권리금은 신규 창업자들의 진입 장벽이 되었습니다. 그 화려한 성장기 동안, 충장로 상권이 소외된 외곽 지역 상권이나 시민들에게 그 이익을 나누거나 상생을 고민했던 적이 있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지금 충장로의 위기는 단순히 외부 경쟁자 때문만이 아닙니다. 내부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고액의 임대료
- MZ세대를 유인할 킬러 콘텐츠 부재
-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고질적인 주차난
소비자의 발길이 끊긴 원인을 내부에서 찾지 않고,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났으니 “피해를 입을 것이 뻔하다, 보상하라”는 식의 접근은 시민들의 공감을 얻기 힘듭니다.
“시장은 냉정합니다. 소비자는 애국심이나 의무감으로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오직 매력과 효용에 반응할 뿐입니다.”


‘제로섬’이 아닌 ‘포지티브섬’으로
더현대 광주는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대기업이 고객을 끌어모으고, 그 낙수 효과가 지역 곳곳으로 퍼지게 만드는 ‘스마트한 상생’이 필요합니다. ‘빨대 효과(Straw Effect)’를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샤워 효과(Shower Effect)’를 유도해야 합니다.
상인들은 무조건적인 현금성 지원이나 입점 반대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자생력을 키울 대안을 요구해야 합니다.
- 연계 교통: 더현대 방문객을 원도심으로 유입시킬 셔틀버스 운행
- 콘텐츠 육성: 원도심만의 특색 있는 로컬 브랜드(Local Brand) 지원
- 야간 관광: 쇼핑몰 폐점 후에도 즐길 수 있는 야시장 및 문화 행사
광주시 또한 ‘눈치 보기 행정’을 멈춰야 합니다. 소수의 목소리에 휘둘려 다수의 편익을 희생시키는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갈등 조정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도시 발전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시민은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변화를 거부하는 도시는 도태될 뿐입니다. 이제는 소모적인 ‘반대를 위한 반대’를 끝내고, 소상공인도 살고 시민도 웃을 수 있는 ‘자생과 혁신’의 시간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